“연주회에 와줄래요?”
사랑스러운 초대를 받은 우리는 그의 ‘울음’과 ‘물음’이 빚어낸 매력적인 ‘화음’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 나희덕(시인)
나희덕, 신형철 추천!
다정함과 정확함으로 독자들을 초대하는 시인의 첫 시집
2021년 심훈문학상을 수상한 김도경 시인의 첫 번째 시집이다. 심사 당시 “자신만의 음악을 내놓겠다는 의지가 선명”한 시인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심사위원들(김근, 안현미, 허희)의 지지를 얻었다. 이번 시집은 3부로 구성되어 있고 각 부를 여는 시의 제목은 각각 「1악장 타란툴라」 「2악장 누구에게나 불이 있다」 「3악장 도시에서 사라진 삐에로」이다. 시인은 시집 전체가 하나의 연주회임을 피력하고 독자들을 그 시의 향연에 초대한다. 그리고 다정하고 정확한 음률로 연주를 지속해나간다. 독자들은 이번 시집을 읽으며 김도경의 연주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울어본 적이 있어요”
연주회에 와줄래요?
당신이
관객석에 앉아 있다면
무대에 오르고 숨을 고르며
나는 나를 만드는 일을 해낼지도 몰라요
관객석에 나를 만들고
나와 닮은 소리를 만들고
나와 닮은 메타세쿼이어 길을 만들고
우리는 울어본 적이 있어요
물음으로 가득한 적도
이해할 수 없는 공간을 고민한 적도
어떤 별은 내가 죽어야만 가는 곳이라고 믿으며 잠을 청했어요
그 별에서 내가 아끼는 사람들이 다 같이 존재하고
우리는 행복을 점치며 지구를 바라봤어요
아주 먼 곳에서 온 편지처럼
연주회에 당신이 앉아 있어요
― 「긴 나선형을 그리는 음표처럼」 부분
시집의 첫 장을 열면 “우리는 악기를 들었다/들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라는 시인의 말이 첫 번째로 눈에 들어온다. 그렇게 시작된 시인의 연주는 다정하고 정확한 음률을 내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당신이 연주를 함께해주기를 바란다. 시를 들어봐주기를 청한다. 당신이 “아주 먼 곳에서 온 편지처럼” 연주회에 앉아 있을 때 시인의 연주는 또 얼마나 더 먼 곳까지 울려 펴질 수 있는지를 가만히 속삭이는 듯하다.
“미안을 시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을”
내 시로 인해 상처를 준 사람이 있지 않을까 사죄하고
거짓일지라도 사죄하고 사죄하며
시를 진행해
상상은 무엇도 될 수 있고 무엇도 되지 못해 대상을 잃은 시는 스스로를 향했고
얼굴은 씻어내도 씻겨지지 않아
반복하고 반복해
대상으로 갔다가 스스로에게 돌아오기를
거짓을 연결하고 연결하기를
미안을 시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을
― 「파훼」 부분
시인은 반복적으로 속죄하는 자아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것은 시인이 더욱더 정확해지기 위한 하나의 방법일지도 모른다. 또한 타인과 화해하고 공존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의심을 거두고 상대방에게 말을 건넬 때, 내 이야기를 들어주기를 간청할 때, 또한 상대방에게 귀를 기울일 때 김도경의 시는 한층 더 깊어진다. “저는 적을게요/저는 듣고 있으니/다시 말해주세요/다시 이야기해주세요”라고 적극적으로 말하는 시인은 “시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시를 읽으면/슬플 수 있게”(「제주도는 돌담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여행이더라고요」) 되기를, 시로 소통할 수 있기를, 시로 함께 울 수 있기를 꿈꾼다. 때문에 시인은 더욱더 정확해지고자 한다. “내 시를 믿지 말자고 다짐”하는(「파훼」) 것도 더 정확해지려는 시도일 것이다. 『숨과 숲의 거리』는 그 시도들로 빚어낸 탁월한 음률들로 반짝이는 시집이다.
출처 : 아시아 출판사 블로그, '김도경 시집 ≪숨과 숲의 거리≫'( https://blog.naver.com/bookasia/222720857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