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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나현의 첫 장편소설 '휴먼의 근사치'

작성일
2023.04.18
수정일
2023.04.18
작성자
문예창작학과관리자
조회수
569


  휴먼의 근사치

  김나현 지음 | 다산책방 | 252쪽 | 1만4000원

  인간답지 않은 인간, 인간다운 로봇. 70일간 멈추지 않고 비가 내리자, 세상은 폐허가 됐다. 인간들은 인공지능 로봇이 검열한 과거 영상을 보며 위로를 받는다. 소수의 인간이 이 로봇을 학습시킨다는 건 모른다. 호기심을 이유로 이 로봇에 사람을 죽이는 방법을 주입시키기도 한다. 인간은 미래를 상상하지 못하고 마음대로 먹지도 못한다. 과일은 소수의 것이다.

  체리를 좋아하는 소녀가 있다. ‘한이소’는 식량 판매가 금지됐지만, 몰래 체리 나무를 키운다. 영상에 시적인 제목 붙이는 일을 사랑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해 며칠 먹지 못해도 죽지 않는다. 자신의 인조 피부 아래 실리콘이 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된다. 미래를 상상하고, 감정을 느끼는 이 소녀가 인간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휴먼의 근사치’에는 제목처럼 인간과 로봇의 경계에 있는 존재들이 등장한다. ‘생각을 하고 언어를 사용하며, 도구를 만들어 쓰고 사회를 이루어 사는 동물’이라는 ‘인간’의 정의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생각하지 않는 인간, 생각하는 로봇. 거기에 자신도 모르게 인공 장기를 갖게 된 인간까지. 작가는 이들이 지닌 각자의 아픔을 소개하면서, 모든 존재가 나름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이번 소설은 작년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을 수상한 작가가 쓴 첫 장편소설이다. 최근 화두인 ‘인간다움’에 대한 이야기지만 뻔하지 않다. 작가는 “비인간이나 다른 차원, 지구가 아닌 공간을 상상할 때 비로소 발원되는 상상의 영역이 있다”고 ‘작가의 말’에 썼다. 그가 만든 상상의 영역은 어쩌면 먼 미래의 이야기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출처 : "체리와 詩를 사랑하는 이 로봇을 인간이 아니라 할 수 있는가", 조선일보, 2022.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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